웹 마스코트의 부흥과 몰락 :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웹 디자인은 한때 브랜드를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독특한 마스코트를 중심으로 번창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미니멀리즘과 기업 특유의 획일성으로 대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개성을 갖기 보다는 “진지해 보이는 것(전문성)”을 중시하면서, 웹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기묘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이제 다시 돌아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한 때 스타트업마다 마스코트가 있었던 시절 기억하시나요? 항상 히죽거리는, 벌레 같은 눈을 가진 기괴한 생물, 보통은 둥글둥글하고 흐믈흐믈한 형태의 팔다리를 가진 존재가 홈페이지 구석에서 손가락 총을 쏘아대던 시절.

네, 그 시절이었죠.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웹 디자인은 그야말로 마스코트의 전성기였습니다. 의인화된 미소 짓는 동물이나, 사용자를 SaaS 인터페이스로 안내하는 미니멀하고 어딘가 외계인처럼 보이는 덩어리가 없다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금 웹을 둘러보면, 마스코트들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싹 사라졌죠. 그 자리는 살균된 듯한 추상적인 블롭(blob), 미니멀한 선과 아이콘, 아니면 더 나쁜 경우 영혼없는 기업 스타일의 일러스트—모두가 똑같고, 이상하게 AI가 만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웹 마스코트들이 ‘캔슬’이라도 당한 걸까요? 마스코트로 인한 성과 평가에서 탈락한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들의 만화 같은 열정에 그냥 질려버린 걸까요?

웹 디자인에서 사랑 받았던 상상 속 친구들의 부흥과 몰락을 살펴보겠습니다.

웹 마스코트의 황금기

모든 것은 클리피(Clippy) 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유명해진 작은 애니메이션 클립에 대해 뭐라고 하든, 그는 “원치 않는 디지털 도우미” 분야의 선구자였습니다. 물론 귀찮은 존재였지만, 이후 수많은 마스코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0년대 초, 기업들은 마스코트 하나만 있어도 얼굴 없는 기술 제품에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마스코트는 브랜드에 개성을 부여하고,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부드럽게 하며, 기업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mailchimp / Trello / Firefox

Mailchimp에는 윙크하는 침팬지 Freddie가 있었고, Firefox에는 말 그대로 불타는 여우가 있었습니다. GitHub에는 촉수 달린 흉측한 괴물 Octocat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더 작은 앱과 인디 프로젝트에도 각자의 작은 생명체가 있었습니다. Trello에는 허스키한 타코가 있었고, Basecamp에는 이상하고 삼각형…. 모양의 산? 이였습니다.

마스코트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UX 도구였습니다. 인사를 건네고, 튜토리얼을 안내하고, 오류 메시지를 부드럽게 처리하고, 때로는 성공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대는 웹 디자인 분야에서 기발하고 손으로 그린 ​​기이한 것들이 황금기를 누렸던 시대였고, 우리는 그것을 열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몰락: 미니멀리즘(그리고 벤처 자본가들)에 의한 죽음

그리고…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웹 마스코트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죠. 하나둘씩 세련된 미니멀한 브랜딩, 추상적인 그라데이션 형태, 이상하게 휘어진 팔다리를 가진 기업 스타일의 인간 일러스트들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모양의 벡터 일러스트가 대유행 되었죠.

2012년에 어떤 스타트업이 마스코트를 가지고 있었다면, 2020년이 되었을 때 그 브랜드를 더 “세련되게” (라고 쓰고 지루하게라고 읽어야함)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럴까요? 몇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 미니멀리즘의 역병 : 플랫 디자인과 기업 미니멀리즘이 득세하면서 브랜드의 개성은 사라지고 “깔끔한” 미학만 남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개성은 오히려 리스크가 되어 버렸죠.
  • 전문성이 부족해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그들은 “기업에 적합한” 모습을 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미소 짓는 문어 같은 얼굴을 가진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은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진지한 디자인에 신뢰를 갖죠.
  • 마스코트는 확장하기 어렵다 :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문어는 신생 스타트업 초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투자회사들과 몇백억 계약을 하기엔 둥둥 떠다니는 눈을 가진 마스코트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 기업 일러스트레이션의 지옥: 어느 순간 대부분의 회사들이 똑같은 사람 모양의 벡터 스타일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획일적인 디자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마스코트를 버렸을 때 우리가 잃은 것

솔직히 말해서, 현대 웹 디자인은 점점 더 밋밋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똑같아 보입니다.
다득 똑같이 “친근하지만 진지한” 산세리프체, 그라데이션이 과한 색 구성표, 그리고 구별하기 힘든 기업 일러스트를 똑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스코트는 이상했지만 매력이 있었죠. 마치 제품이 그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진짜 성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 주었죠.

슬랙에 “여기 조랑말 있어요” 같은 작은 “로딩” 메시지가 있었는데, 실제로 포니가 나타났던 걸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그냥 텅 빈 로딩 화면뿐이에요. 그게 바로 우리가 잃은 거예요.

이게 바로 슬랙의 조랑말 입니다~

물론 마스코트가 항상 완벽했던 건 아니었어요 (어떤 마스코트는 정말 소름 돋을 정도였죠). 하지만 적어도 개성은 있었어요. 오류 메시지와 온보딩 과정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죠.

이제 웃으면서 “파일 동기화가 잘 되고 있어요”라는 미소 띤 문어 대신, 감정 없는 진행 막대 표시줄이 나타납니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요?

마스코트의 귀환에 대한 희망이 있을까?

여전히 활약중인 듀오링고 마스코트!

비관적인 전망 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용감한 회사들이 여전히 마스코트의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듀오링고의 정신 나간 녹색 올빼미는 사용자들이 스페인어 수업을 끝내라고 협박하고 있죠.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 마스코트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죠. 특히 배달의 민족! 자주 배달 시켜먹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너무 정겨운 마스코트죠.

또한 당근마켓 마스코트가 이제는 너무나 친숙하게 일상처럼 다가와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웹 디자인 업계가 이 획일적이고 정제된 기업 문화에 지쳐, 뭔가 기이한 것들을 다시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떤 용감한 스타트업이 다시 한번 멍한 눈의 힘을 받아들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우리는 영원히 영혼 없는 그라데이션과 AI가 생성한 아바타에만 갇혀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https://webdesignerdepot.com/the-rise-and-fall-of-the-web-mascot-where-did-they-go/ 루이스 노스의 글을 번역하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조금 바꿔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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